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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넘는 서울 집값, '신용대출'이 밀어올렸다?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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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00만원짜리 신용대출이 집값 상승 주범?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신용대출이 과연 집값 상승을 유발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 대출’이란 표현에서 보듯 신용대출이 집값을 밀어 올린 부분이 있다고 보는 시각과 신용대출이 일부 부족한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메울 순 있어도 집값 상승을 끌어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게 엇갈린다.

◇평균 신용대출액 3000만원대, 10억원 이상 집값 올렸다?

물론 금융권은 모두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주담대를 받기 어려운 만큼 신용대출 일부가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을 가능성 자체를 배제하지는 않는다. 부동산 카페 등에는 부족한 주담대를 메우기 위해 신용대출을 활용했다는 얘기도 올라오고 있다. 그렇지만 신용대출이 집값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예컨대 시중은행에서 받을 수 있는 신용대출 한도는 보통 1억5000만원 정도다. 이 정도까지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은 소수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의 지난달 평균 신용대출 금액은 1인당 3400만원이었다. 물론 평균값이어서 통계의 함정을 피하기 어려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중위가격 9억원을 훌쩍 넘어선 서울 아파트 가격상승이 ‘신용대출의 힘’ 때문이라고 말하는 건 과하다는 것이다.

10억 넘는 서울 집값, '신용대출'이 밀어올렸다?
이른바 6.17 대책을 전후해 신용대출이 폭증한 것은 사실이지만 7월 들어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대출이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다고 단정짓기도 쉽지 않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과 경기부동산포털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건수는 1만324건으로 전달보다 30% 이상 줄었다. 경기 아파트 매매도 2만1911건으로 전달보다 37% 감소했다. 서울과 경기 아파트 전세거래도 각각 16%, 19% 줄었다. 1주일 남은 8월 거래는 7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김완중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금융시장팀장은 “부동산 규제가 시차를 두고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서 부동산 거래가 줄고 있다”며 “신용대출에 꼬리표가 없지만 부동산시장으로 흘러갔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 청약때 신용대출 수천억원 늘었다 줄어…주식시장 유입 가능성 커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시초가 확인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조정우 SK바이오팜 사장이 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된 코스피 신규상장 기념식에 참석해 시초가 확인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금융권은 신용대출이 부동산시장보단 주식시장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본다. 최근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30조원 이상이다. 1년전만 해도 10조원에 그쳤다.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며 개인투자자가 주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신용융자잔액은 지난 18일 16조원을 돌파했다. 일부는 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아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공모주 청약에 신용대출이 활용되고 있는 현상도 나타났다. 신용대출은 단기간 빌리고 갚을 수 있어서다. 지난 6월 SK바이오팜 공무주 청약 당일 한 시중은행에선 신용대출이 수천억원 집행됐다가 이틀 후에 바로 상환됐다. 공모주 청약 증거금을 신용대출로 납입한 다음 납입기일이 끝난 후 바로 갚은 것이다.

금융당국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가 △주식매매자금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수요 △일부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긴급 매매자금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복합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 금융당국 신용대출 규제에 '신중'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으 이날 금융권에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현재 DSR 비율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제공=금융위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를 주재,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손 부위원장으 이날 금융권에 과도한 신용대출이 주택시장 불안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현재 DSR 비율 준수 등 관련 규정을 철저히 지켜줄 것을 요청했다./ 사진제공=금융위

금융당국의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증가가 △주식매매자금 △코로나19에 따른 생활안정자금 수요 △일부 주택시장 과열에 따른 긴급 매매자금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맞물린 복합적 현상이라고 진단한다.

이학렬 기자

"이참에 신용대출 조절?" 서민만 피해볼 판
금융권 전체 신용대출 증가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금융권 전체 신용대출 증가액 추이/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정부가 폭증한 신용대출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점검을 통한 관리를 주문하면서 은행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신용대출이 자영업자들의 거의 유일한 대출 수단일 수밖에 없어 잡음이 발생할 여지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의 DSR 관리 주문은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식·주택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지 닷새 만에 나왔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들은 영업점에 신용대출 취급에 주의를 기울이라고 당부하고 있다. 실제 1주일 전 하나은행은 LTV(담보대출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DSR 등 주택담보대출 관련 규제를 숙지하라는 지침을 임직원들에게 공지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식 빚투(빚내서 투자)에 부동산 패닉바잉(공황구매) 배후로 신용대출이 지목되고 있지만 정부 시각은 다소 다른 것으로 안다”며 “그럼에도 DSR 규제를 통해 신용대출 용처와 총량을 일정 관리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DSR 규제 실효성에 의문을 보이기도 한다. 대부분 은행들이 해당 규제를 성실히 따라왔다고 자평하는 데다 신용대출의 용처를 일일이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돈을 빌리는 고객이 은행을 속여 대출을 받더라도 한도가 나오는 대로 취급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수사기관처럼 자금 용처를 추적할 수도 없고 여러모로 용도를 알 수 없다는 게 신용대출의 함정”이라고 했다.

신용대출 속도 조절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로 정부의 서민금융 지원 주문에 적극 응했지만 상황이 다소 변했다는 것이다. DSR 관리 주문을 신용대출 전 분야로 확대해석 할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물론 자칫 서민 생활자금 지원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가 걱정하던 지점이다. 의도치 않게 중소기업, 소상공인에 대해 원금과 이자 상환을 연기해주라는 금융당국의 취지와 상충될 수도 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직접 겨냥한 정부 지침이 따로 없더라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일정 부분 총액관리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이 관리에 치중해 정작 대출이 필요한 서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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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gust 27, 2020 at 04:30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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