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별 증가폭으로는 2018년 10월(4조2000억원) 이후 21개월새 가장 크다. 한국은행은 신용대출 등 가계 대출 상당 부분이 주택 매매와 전세 자금 등 부동산 관련 용도로 쓰인 것으로 분석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용대출이 급증한 이유로 20~30대의 '패닉 바잉(panic buying·공황 구매)'을 꼽았다. 또 주택을 구매할 때 주택담보대출 인정비율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활용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금융당국의 엄포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주택 가격의 40% 밑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신용대출을 받지 않고선 살 수 없는데 신용대출 규제 움직임이 나올 것으로 보이자 20~30대들이 매수에 나선 면이 있다"고 했다. 최근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주택을 마련한 임아림(33)씨는 "집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인식도 있었지만, 앞으로 신용대출도 끊기면 집을 마련할 길이 영영 없다는 생각에 예산에 맞춰 집을 샀다"고 했다.
신용대출까지 막히면 영혼까지 끌어 대출을 내야 겨우 집 한 채를 20~30대의 주택 구매력은 떨어진다. 만약 현재 2억원짜리 전세보증금을 가진 대기업 맞벌이 부부가 서울에 6억원짜리 주택을 산다고 가정하면, 2억4000만원는 주택담보대출로, 나머지 1억6000만원은 신용대출로 자금을 융통해야 하는데, 신용대출을 집 사는 데 쓰지 않으면 주택 매수가 불가능해진다.
시중은행은 지난 6월 이후로 신용대출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용도를 물어보는 등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택담보대출 우회통로로 신용대출이 활용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을 내줄 때 주택구매에 사용할 지를 묻고 혹시나 이를 주택 구매에 사용하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작성할 때 문제가 된다는 안내를 하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유효하진 않지만 이렇게라도 정부 가이드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역설을 지적한다. 수억원의 현금을 가진 사람만 내 집 마련에 나설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양극화만 초래한다는 것이다. 대금을 나눠서 낼 수 있어 목돈은 없지만 현금흐름이 좋은 직장인들이 노렸던 신규 분양 청약시장도 현금부자만 노릴 수 있게 됐다.
일례로 이달 청약을 진행한 서울 강남구 ‘대치 푸르지오 써밋(대치 구마을 1지구 재건축)’은 106가구 모집에 1만7820명이 몰려 16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특히 최고 청약 경쟁률은 20억원에 공급된 전용 101㎡A로 경쟁률이 848.0대 1에 달했다. 투기지역 15억원 초과 주택은 주택담보대출이 불가한데 이 정도의 현금을 당장 동원할 수 있는 수요자들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과 수도권 집값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을 점점 더 조여온 정책으로 무주택자나 기존에 빚을 지고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 한 부동산 전문가는 "대출 규제가 까다로워지면서 신용도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 따라 자산가와 중산층 사이의 자산 증식의 속도와 격차도 점점 커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울과 지방, 강남권과 비강남권 등 지역별 양극화도 더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August 14, 2020 at 01:0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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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패닉바잉 뒤엔 '신용대출도 끊기면 어쩌냐'는 불안감 있었다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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